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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한마디 없이…부동산파탄 책임자의 '유체이탈' [뷰포인트]

2021-09-15 매일경제

조회 544 | 추천 0 | 댓글 0 | 평점:없음

김수현 전 靑실장 책 펴내

외국정책 사례만 장광설
"韓 집값 상승률 비교적 낮아"
집값책임론에 불만도 내비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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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은 2018년 촬영. [매경DB]

 

김수현 전 청와대 실장이 또 부동산 관련 책을 출간했다. '집에 갇힌 나라, 동아시아와 중국'이란 제목이다.

싱가포르·홍콩·대만·일본·중국 등 이웃 나라의 주택 정책에 관한 장광설을 풀어낸 이 책에 폭등한 한국 집값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다. 거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부동산 가격 분석 업체인 글로벌프로퍼티가이드(Global Property Guide) 자료를 인용해 한국의 집값 상승률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낮은 편이라고 강조한다.

한국 집값에 대한 내용이 없으니 본인이 초래한 주택 정책 실패에 대한 사과도 없다. 책날개 저자 소개에 딱 한 줄, '너무 오른 집값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적힌 게 전부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책 말미인 356쪽 내용이다. '어떤 나라에서는 주택 문제가 중대한 정치 불안 요인이 되기도 하고, 다른 나라들에서는 그냥 시장에서 해결할 일로 맡겨지기도 한다. 후자의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이다. (중략) 엄청나게 집값이 올랐다는 수치를 앞에 두고 정부(백악관)가 보인 반응이 이렇게 쿨하다니 놀랍기만 하다. 우리 같은 동아시아 국가라면 심각하게 정부 책임론이 제기될 텐데 말이다.'

이 부분을 통해 김 전 실장은 집값 상승에도 당당한 미국 정부를 소환해 정치적 불안에 시달리는 문재인 정권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집값 상승을 두고 김수현 탓을 하는 국민에 대한 원망도 보인다.

집값 상승으로 고통받는 국민 입장에선 기가 막힐 따름이다. 부동산을 정치의 중심으로 끌어들인 건 현 정권이다. 지지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부동산 문제 해결을 전면에 내세웠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올리고 공시가 현실화를 만지작거렸으며, 분양가상한제를 민간 분양 현장에 도입했을 뿐만 아니라 임대차 3법을 통과시켰다.

그 결과는? 다 알다시피 집값 상승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본인이 책에 쓴 대로 '그냥 시장에서 해결할 일로 맡겨' 뒀더라면 이 같은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정부의 헛발질에 지대한 역할을 한 건 김 전 실장 본인이다. 김 전 실장은 직접 주도한 8·2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브리핑을 통해 집값 급등을 잡으려면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야당 주장을 일축했다. 당시 그는 "연말과 내년 입주량이 사상 최대치며 서울 강남에서도 재건축 시행인가가 지난 몇 년간 평균치 대비 3배에 달했다. 따라서 집값 급등을 수요·공급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이런 김 전 실장이 이제 와서 국민에게 김수현 탓을 하지 않는 '쿨'한 모습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는다.

책 마지막 문단은 이어질 시리즈를 예고하는 공포영화 결말처럼 오싹하다. 여기엔 '부동산 문제에 관한 한, 하늘에서 떨어지듯 새로운 방법은 없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오래된 숙제가 여전히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적혀 있다. 이 문장이 해결하지 못한 오래된 숙제를 풀기 위해 본인이 다시 전면에 나서겠다는 뜻은 아니길 간절히 바란다. 김 전 실장은 본인이 실패로 끝난 참여정부 부동산 대책의 주도자이자, 현 정권 부동산 정책의 입안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 전 실장이 지금 먼저 해야 할 일은 두 번의 실패의 원인은 무엇이고,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지 처절하게 고찰과 반성을 하는 것이다.


[부동산부 =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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